'김수행_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3/03 김수행 선생님의 답변_강연회에서 미처 못다한 질문들에 대하여 (1)

[김수행, 지승호 독자와의 만남]에서 시간관계로 미처 못다한 독자님들의 질문에 대해 김수행 선생님께서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독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올려드립니다.


Q.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2007년도에 이미 미국경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국은 대부분의 국민이 금융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상황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의 금융 자체가 이미 상당히 외국 자본에 속해 있어 놀아난 것일까요? '묻지마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던 2007년 서민(개미) 투자자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질문 드립니다. (김미영)
A. 한국경제도 자본주의 경제이기 때문에 그런 투기 열풍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모두들 경기가 계속 좋을 것이라 예상하여 투자나 투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다가 과잉투자나 투기과잉이 생겨서 가격이 폭락하는 것입니다.

Q. 주식투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합니다. 주식에 투자해서 기업이 자본을 획득하고 그것으로 재생산을 하고 분배하는 구조라면 주식투자를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식투자를 해서 재생산하는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질문 드립니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노동한 대가의 일부를 주식으로 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성수)
A. 개인 자본으로 세울 수 없는 큰 사업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본으로 세우는 것이 주식발행의 핵심입니다. 이것이 주식의 발행시장입니다. 그런데 주식의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팔아 자본 이득을 보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자본 이득은 새로운 부를 창출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는 온갖 부정과 부패와 사기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개미군단은 항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노동자 지주제도는 노동자들을 기업의 운영에 참가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대기업인 엔론은 파산하기 얼마 전에 노동자들의 퇴직연금 전체로 엔론의 주식을 사게 해서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사민주의, 케인스적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개량'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사민주의가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보시는지요? 혹시 '혁명적 상황'을 저지하는 것뿐이라면 해법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느 진보학자는 이를 두고 "조금 더 부유해진 노예 상태일 뿐"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도성)
A.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관한 견해의 차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복지사회를 이룩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조그마한 것이라도 함께 협동하고 연대해서 이루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투쟁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지금 당장 실현하려고 하면 그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요? 혁명 전위가 혁명을 일으켜 대중을 지도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독재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지금 사회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를 알 수 있도록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조금씩 작은 것이라도 자꾸 성취하는 과정을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Q. 미네르바에 대해서 (구속 문제, 미네르바의 문제의식 등)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익명)
A. 미네르바의 글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를 구속한 것은 언론과 양심의 자유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자본주의 체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평가와 대안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경제학자로서 신자유주의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시는지요? (윤준)
A.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금융화’를 통해 부를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자본의 역할을 크게 제한했습니다. 산업기업의 대주주가 된 금융자본가들이 단기적인 수익의 창출과 획득에만 몰두하다보니 연구와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해고를 많이 하고 비정규직을 많이 만들고 임금을 깎았지요. 대중의 다수가 살기 어려워지니까 경제가 지금과 같은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Q.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됨에 따라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붕괴될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율이 하락하는 추세가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철민)
A. 이윤율의 장기적인 동향에 관한 실증분석이 많이 있습니다. 나는 TRPF법칙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본주의는 이윤율이 0이 되어 스스로 망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법칙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TRPF법칙에는 자본축적에 따라 한편으로는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이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윤율을 상승시키는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이 두 개의 서로 모순적인 경향 또는 요인들이 충돌하기 때문에 경제를 불황과 공황에 빠뜨리게 된다는 것을 마르크스가 가르치려고 했다고 봅니다. 이런 내용은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서울대출판부, 2006)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Q.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을 권력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본가가 가진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가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사회로 가는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할 듯합니다.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이것이 가능할까요? (익명)
A. 지금 미국의 큰 은행들은 망하지 않으려고 정부에게 ‘국유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GM, Ford 등 대기업들도 그렇게 될 겁니다. 이럴 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대중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다면, 그 국회나 정부는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각 은행과 기업을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라”는 법률을 제정해서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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