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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세미나에 다녀와서
09.03.17 11:03 ㅣ최종 업데이트 09.03.17 15:41 오승주 (dajak97)

마르크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 실제 판매는 어떨까?

 

중국에서는 한 달에 많아야 2~3질 정도 팔리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영 신화통신과 각종 매체에서 이슈로 다룰 정도다. 마르크스의 고국 독일에서는 자본론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보다 3배나 늘었다고 한다.

 

국내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칼럼니스트들이 마르크스를 자주 입에 담았고 마르크스 해설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흐름을 관찰하던 중, 인터넷 서점에서 자본론 관련 서적들을 검색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1989년에 출간된 <자본론> 시리즈(총5권)은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초에 출간된 자본론 해설서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조사일 : 2009년 3월 17일)
ⓒ 오승주
자본론
민주화운동 직후인 1989년 초에 출간된 비봉출판사의 <자본론> 시리즈가 아직도 심심찮게 팔리고 있었다. 인문분야 독자가 많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7천 대의 세일즈 포인트(sails-point)를 기록했다. 세일즈 포인트(알라딘), 판매지수(예스24)란 인터넷 서점이 각자의 산출방식으로 매출실적으로 표시하는 지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판매지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출판영업의 관점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1권과 나머지 권의 판매가 도서구매자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한 호기심으로 첫 번째 권이나 두 번째 권을 펼쳤지만 도저히 다섯 번째 권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혹은 처음부터 한 질을 모두 구매했을 수도 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출간된 지 불과 3~4개월도 안 된 두 권의 책이 20년간 누렸던 '원전' 자본론의 기세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창 출판사에서 출간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임승수, 2008년 12월),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지승호, 2009년 1월)는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묵직한 원전을 들고 있을 만한 여유가 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달래주는 패스트푸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원전보다 해설서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원전보다 해설서가 각광받는 시대

 

  
자본론 1-1권에 부딪힌 독자라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1~6강을 훑고 재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시대의창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몇 달 전부터 자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마르크스를 오랫 동안 연구해온 세미나 공간에서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윤독과 발제를 번갈아 가며 힘들게 진도를 따라간 지 3개월 정도 됐다. 특히 1-1권에 있는 1편~4편이 자본론의 정수이자 가장 건너기 힘든 '대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수 차례 도하를 시도했지만 끝내 넘지 못했던 첫 번째 권은 오랫동안 자본론을 읽어온 대학원생들에 의해 설명을 들으며 일독 정도 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3월 12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시대의창 출판사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작가와의 만남>(장소 : 신촌 아트레온 토즈)은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효용 가치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자본론 1-1의 주요 개념들을 '선행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원전의 무게를 견디지 않고서도 어디 가서 마르크스에 대해서 '아는 척' 할 수 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작가 임승수 씨가 80여 명의 대중들 앞에서 책의 앞 장부터 끝장까지 차근차근 개념을 '강의'하고 있다.
ⓒ 오승주
임승수

 

이 책을 쓴 임승수씨도 "내가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썼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철저히 자본론 원전 이해에 충실하고 있다. 자본론 1-1권에 부딪힌 독자라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1~6강을 훑고 재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자본론 서두에 등장하는 난해한 개념을 작가는 아주 쉽게 설명하는 범상찮은 기술을 선보였다.

 

"상품이라는 녀석의 특징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쓰기 위해서 물건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상품이 아니다. 상품은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이 때 팔 수 있는 상품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상품의 사용가치에 해당하며, 그것에 값을 매길 수 있을 때 이를 교환가치라고 한다. 두 개의 전제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상품이 성립된다."

 

상품과 사용가치, 교환가치 같은 어려운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며 화폐와 노동, 자본에 대해서도 곧잘 정리했다. "수많은 상품 중 하나가 튀어나와 화폐 역할을 하게 되는데, 거래가 늘어나고 재화가 발생하면 화폐의 등장은 필수적이다"라는 설명은 화폐가 상품에서 비롯되었다는 자본론의 요지를 온전하게 설명했다.

 

강연장에는 80명 넘는 인파가 몰려 뒷자리 보조좌석과 바깥까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나이는 대학생부터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강연의 콘셉트는 책의 기획의도에 충실했다. 강사는 1강~15강까지의 챕터를 리플레이해주었다. 현장에서 강연의 분위기와 내용을 지켜보며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지만, 약간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60석 남짓한 좌석에 빈틈이 없었다. 이것은 앞칸의 모습에 불과하다. 뒤쪽에는 보조의자를 긴급투입했으며 옆방에서까지 강연내용을 지켜볼 정도였다.
ⓒ 오승주
임승수

 

되살린 마르크스의 기억, 씨앗은 언제 꽃필까?

 

"자본론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공감하려면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책은 단지 거기에 사다리를 하나 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임승수씨는 자신의 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겸손하기보다는 당당한 멘트로 이해됐다. 구체적인 양태나 방법이 어찌 되었건 간에 우리나라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유의미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것이 현실의 고질적인 모순을 분쇄하는 무기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대중강연장이 아니라 '헌책방'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현재의 전방위적인 위기상황은 현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천년에 걸친 모순들이 엉키고 설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단지 대중적인 담론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지성을 통해서 전승된 맑은 담론, 거친 음식과 같은 원전을 힘겹게 소화해야만 미래의 문이 열린다.

 

요컨대 우리 사회가 마르크스에게 시사점을 얻기 위해서는 젊고 노련한 지성에 의해서 연구되고 비판되어야 한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류의 해설서는 철저히 기능서로 분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본론 원전 이해를 위해 헌책방에서 발굴한 책들이다. 자본론의 오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론'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 때 이영협의 <경제학>이 쓸모가 있고, 자본론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제사적 관점을 길러야 하는데 일반경제사요론을 구할 수 있으면 좋다. 마르크스가 특히 공을 들이던 주제는 '소외'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이를 포함해 소외에 관한 전반적인 담론을 살펴보고 싶다면 정문길의 <소외론연구>를 권할 만하다.
ⓒ 오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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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지승호 독자와의 만남]에서 시간관계로 미처 못다한 독자님들의 질문에 대해 김수행 선생님께서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독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올려드립니다.


Q.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2007년도에 이미 미국경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국은 대부분의 국민이 금융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상황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의 금융 자체가 이미 상당히 외국 자본에 속해 있어 놀아난 것일까요? '묻지마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던 2007년 서민(개미) 투자자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질문 드립니다. (김미영)
A. 한국경제도 자본주의 경제이기 때문에 그런 투기 열풍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모두들 경기가 계속 좋을 것이라 예상하여 투자나 투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다가 과잉투자나 투기과잉이 생겨서 가격이 폭락하는 것입니다.

Q. 주식투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합니다. 주식에 투자해서 기업이 자본을 획득하고 그것으로 재생산을 하고 분배하는 구조라면 주식투자를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식투자를 해서 재생산하는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질문 드립니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노동한 대가의 일부를 주식으로 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성수)
A. 개인 자본으로 세울 수 없는 큰 사업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본으로 세우는 것이 주식발행의 핵심입니다. 이것이 주식의 발행시장입니다. 그런데 주식의 유통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팔아 자본 이득을 보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자본 이득은 새로운 부를 창출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는 온갖 부정과 부패와 사기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개미군단은 항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노동자 지주제도는 노동자들을 기업의 운영에 참가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대기업인 엔론은 파산하기 얼마 전에 노동자들의 퇴직연금 전체로 엔론의 주식을 사게 해서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사민주의, 케인스적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개량'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사민주의가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보시는지요? 혹시 '혁명적 상황'을 저지하는 것뿐이라면 해법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느 진보학자는 이를 두고 "조금 더 부유해진 노예 상태일 뿐"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도성)
A.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관한 견해의 차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복지사회를 이룩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조그마한 것이라도 함께 협동하고 연대해서 이루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투쟁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지금 당장 실현하려고 하면 그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요? 혁명 전위가 혁명을 일으켜 대중을 지도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독재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지금 사회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를 알 수 있도록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조금씩 작은 것이라도 자꾸 성취하는 과정을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Q. 미네르바에 대해서 (구속 문제, 미네르바의 문제의식 등)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익명)
A. 미네르바의 글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를 구속한 것은 언론과 양심의 자유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자본주의 체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평가와 대안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경제학자로서 신자유주의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시는지요? (윤준)
A.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금융화’를 통해 부를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자본의 역할을 크게 제한했습니다. 산업기업의 대주주가 된 금융자본가들이 단기적인 수익의 창출과 획득에만 몰두하다보니 연구와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해고를 많이 하고 비정규직을 많이 만들고 임금을 깎았지요. 대중의 다수가 살기 어려워지니까 경제가 지금과 같은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Q.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됨에 따라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붕괴될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율이 하락하는 추세가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철민)
A. 이윤율의 장기적인 동향에 관한 실증분석이 많이 있습니다. 나는 TRPF법칙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본주의는 이윤율이 0이 되어 스스로 망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법칙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TRPF법칙에는 자본축적에 따라 한편으로는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이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윤율을 상승시키는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이 두 개의 서로 모순적인 경향 또는 요인들이 충돌하기 때문에 경제를 불황과 공황에 빠뜨리게 된다는 것을 마르크스가 가르치려고 했다고 봅니다. 이런 내용은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서울대출판부, 2006)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Q.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을 권력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본가가 가진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가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사회로 가는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할 듯합니다.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이것이 가능할까요? (익명)
A. 지금 미국의 큰 은행들은 망하지 않으려고 정부에게 ‘국유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GM, Ford 등 대기업들도 그렇게 될 겁니다. 이럴 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대중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다면, 그 국회나 정부는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각 은행과 기업을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라”는 법률을 제정해서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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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출간기념 [김수행, 지승호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잘 마쳤습니다. 쏟아지는 질문과 답변에 시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좋은 강연회로 여러분과 소통하는 시대의창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행사 사진은 정성욱 독자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강연회 행사장 입구



행사 시작 모습



김수행 선생님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독자들에게 인사하시는 지승호 선생님


열강 중이신 김수행 선생님


강연회를 마치고 마련된 즉석 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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